이 곳은 당최 지치지도 않는다. 금요일 광장에 Game day 입간판이 세워지면 다음 날엔 어김없이 야외 술파티가 벌어진다. 길게 늘어선 빨간색 천막 아래로 어른부터 아이까지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든다. 모두들 약속처럼 학교 로고를 새긴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이 사이를 짙은 감색 옷을 입고 검정 책가방을 맨 차림으로 가로질러가는 경험은 정말로 즐겁지 않다.
한국에서도 나는 축제를 즐기지 않는 축이었다. 중앙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집으로 가던 경험이야 흔했다. 혹은 내 단과대에서 공부를 하느라 축제가 있었는지 몰랐던 때도 숱하다. 그러나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장은 참여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원한다면 녹아들 수 있기에, 설령 축제의 변두리에 있더라도 그것이 소외는 아니었다.
이 곳에서 마주하는 축제는 조금 달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축제를 피해 학교 바깥을 돌아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통행이 금지된 것도 아닌 모두가 자유로이 다니는 길 앞에 위축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 중앙의 길을 꾸역꾸역 가로질러 간 것은 잘한 선택도, 잘못된 선택도 아니었다. 어느 길로 가든지 오늘은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곳 타지의 삶은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조차도 노력을 요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자격지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나는 아직 서툴다. 아직 처음이라 그렇다고 또, 다시, 거듭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