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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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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곳이 필요해 언젠가부터 글쓰기를 멈췄다. 꾸준히 써오던 일기도, 블로그에 남기던 끄적거림도 멈춘지 오래다. 이 블로그도 오랜만에 들어와보지만 지난 글을 다시 읽지는 않는 것을 보면 글쓰기를 멈춘 이유도 짐작이 된다. 지쳐있는 나를 보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곤욕스러운 일이다. 굳이 글을 지어가며 일일이 뜯어보고 싶지 않았다. 우울에서 탈피하기 위해 많은 것을 시도해왔다. 앱과 영상, 음성을 통한 명상, 운동, 걷기와 달리기, 쓸데 없다고 지나쳤던 것들에 몰입하기, 취미 가져보기, 상담사 찾아보기와 받아보기, 산부인과 가서 피임약 처방받기. 일상은 우울한 날이거나, 아니면 운 좋게 (그리고 이유 없이) 우울에서 벗어난 날이었다. 드디어 우울을 떨쳐냈다며 착각한 날들도 골백번 있었다. 그리고나면 어김없이 우울로 다시 빠져들..
8월 미국일기: LA 바퀴벌레 퇴치하기 8월 16일 미국에 당도한 후 곧바로 바퀴벌레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집 열쇠를 받아 처음 들어가보니 냉장고 주위에 벌레 시체와 미끈미끈한 알들이 즐비했다. 앞으로 벌레와 함께할 나의 미래가 너무 훤해 속이 울렁거렸지만, 어쨌든 바닥을 모두 닦고 냉동실을 열었더니 그곳에도 죽은 벌레들이 이십여 마리 있었다. 관리인은 분명히 청소와 해충 처리를 했다고 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곧이은 나의 캐년 여행 기간동안 해충 처리를 한 차례 더 부탁하였다.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을 모두 돌고 삼일 만에 돌아온 날에 또 다시 마룻바닥과 냉동실 안에 벌레 시체들이 있었다. 해충 처리의 잔여물일 뿐이라고 애써 믿으며 반나절 동안의 대청소를 감행한 후 Combat의 바퀴벌레 미끼를 부엌 곳곳에 두었다. 그날 밤 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