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 썸네일형 리스트형 09/30/2019 영어가 완벽하지 못하여 아주 간단한 뜻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의사소통이 효율적이지 못하니 자연히 답답함이 올라오고 인간관계에 여유를 두지 못한다. 언어능력의 틈을 채워보려는 웃음이 비굴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다 이런 적응기를 거쳤겠지? 그저 넘어질 때마다 뭐라도 줍는 것에 집중하자. 지금은 많이 뒤처져도 나중엔 그렇지 않도록 하자 8월 미국일기: LA 한복판에서 쓰러짐 다음 신호를 느긋이 기다렸으면 될텐데 시간을 아껴보겠다고 달린 것이 화근이었다. 가주마켓 맞은 편 도보에서 넘어지면서 발을 접질렀다. 처음에는 발이 몹시 아팠지만 심각한 통증은 아닌 것 같았고, 쪽팔림이야 있었지만 초록불로 바뀌면 어차피 시야에서 사라질 차들이니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내가 발목 접질림 같은 통증이 있을 때 정신을 잃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다음 신호를 기다리다보니 시야가 희뿌옇게 갉아들었다. 이번에도 쓰러지면 벌써 네 번째 실신이니 무엇을 해야 할지 이제는 익숙했다. 앉을 곳이나 누울 곳을 찾아야 했다. 누가 내 곁을 스칠지 모르는 낯선 이국 땅에서 눕긴 꺼려져서 신호등 옆 초록 벤치에 걸터앉았다. 건너편 가주마켓 간판을 처음에는 읽을 수 있었지만, 앉아있을수록 시야가 점점 혼탁해져 .. 8월 미국일기: LA 바퀴벌레 퇴치하기 8월 16일 미국에 당도한 후 곧바로 바퀴벌레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집 열쇠를 받아 처음 들어가보니 냉장고 주위에 벌레 시체와 미끈미끈한 알들이 즐비했다. 앞으로 벌레와 함께할 나의 미래가 너무 훤해 속이 울렁거렸지만, 어쨌든 바닥을 모두 닦고 냉동실을 열었더니 그곳에도 죽은 벌레들이 이십여 마리 있었다. 관리인은 분명히 청소와 해충 처리를 했다고 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곧이은 나의 캐년 여행 기간동안 해충 처리를 한 차례 더 부탁하였다.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을 모두 돌고 삼일 만에 돌아온 날에 또 다시 마룻바닥과 냉동실 안에 벌레 시체들이 있었다. 해충 처리의 잔여물일 뿐이라고 애써 믿으며 반나절 동안의 대청소를 감행한 후 Combat의 바퀴벌레 미끼를 부엌 곳곳에 두었다. 그날 밤 웬 .. 이전 1 2 다음